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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모성애

category 카테고리 없음 2017. 1. 26. 15:06

15.09.08 20:45


어머님(장모님)과 같이 지내면서 그 살아오는 모습을 10년이 넘게 봐 오고 있다. 달봉이가 결혼할 당시는 집 구할 돈이 없어서 어머니,처남, 집사람이 사는 조그만 전셋집에 들어가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어머님이 살아오는 모습을 직접 보기 시작했다.  


집사람과 결혼할려고 할때,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본에 비자도 없이 몰래 들어가 일하고 있었다. 아버님은 대부분의 제주도 남자들이 그렇듯이 체면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해서 고생은 어머니의 몫이였던 것 같다. 너무 많은 빚때문에 어머님이 직접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고만 들었다. 우리 결혼때문에 집사람의 압박으로 일본에서 겨우 나와서 그 이후로 계속 우리와 같이 살아왔다. 


그러면서 애가 생기자 맞벌이때문에 애는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돌보게 되었다. 애때문에 우리가 푹자지 못할까봐 어머니가 데리고 잤다. 우리는 그저 애가 크는 것만, 웃는 것만, 좋은 모습만 보면서 지냈다. 우리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이사를 몇 번 다니고 나서 좀 더 넓은 집도 사고 애도 잘 자랐다. 벌써 자칭 "사춘기"라고 하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그러면서 어머니 무릎은 닳아 없어지기 시작했다. 연골이 닳아서 뼈와 뼈가 부딪히면서 통증이 갈수록 심해졌다. 양 무릎을 수술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수술 후에도 쉴 수 없는 무릎이었다. 이제는 처남 부부에게 애가 생기자 또 맞벌이 때문에 그 애도 어머니가 돌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혼자서 잘 일어나지도 못하고 애를 잘 들지도 못하면서 애를 보고 있다. 아직 집안 살림도 놓지 못하고 있다. 아버님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아버님도 이제는 허리가 좋지 않아 어머니의 고생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무리한 탓에 이제 수술한 무릎에는 물이 차서 약을 먹고 있다. 


자식들, 자식들의 자식들 바라지에 저 두 무릎이 다 닳아지고 없어질 것이다. 우리 집 행복은 어머니의 저 두 무릎이 받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당신이 못나서 자식들이 고생한다고 한다. 집사람은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뭐라 한마디 쏴 붙힌다. 근데 어머니는 정말로 미안해하시는 듯하다. 분명 우울증도 오셨을 것 같은데, 그런 티는 전혀 내지 않으신다. 정말로 자신이 해야 될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듯 하다. 


집사람에 의하면 어머니는 제주도 분 답게,,"용왕신"을 믿는다고 한다. 한때 어머니가 우리에게 20만원을 달라고 하셨다. 돈을 달라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용왕신에게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제사를 주최하는 측에서 어머니 자신의 돈이 아닌 우리가 낸 돈으로 지내는 것이 좋다고 했단다. 집사람은 화를 냈다. 내가 어떻게 얼마를 마련해서 주는 것으로 끝났다. 근데 그 이후로 그런 요구가 한번도 없었다.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다. 부모로서 정말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랄텐데, 제사를 올리고 싶을텐데, 우리에게 금전적으로 또는 마음쓰게 하는 것이 걱정되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신(神)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고민과 공부를 했는데도 난 신때문에 눈물을 흘려본 적은 없다. 그러나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끔 눈물이 난다. 혹시, 부모는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온 신일까? 정말 인생은 허무한것일까? 이런 모성애가 이런 무상한 인생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불합리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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